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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도를 넘은 SNS 악성 메시지 DUGOUTV

dugout*** (dugout***)
2021.08.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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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른 기준들이 있다내게는 별것 아닌 것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내게 충격적인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일이기도 하다그래서 적당한 정도를 지키기가 가장 애매하고 힘든 부분이다그런 불확실함에도 우리는 도를 넘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에 분노를 느낀다대부분의 사람에게 혐오와 비난을 받을 행동이라면 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최근 SNS에서 선수들을 향해 무차별하게 쏟아지고 있는 악성 댓글과 메시지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이번 호 더그아웃 보이스에서는 일명 악플러의 비뚤어진 팬심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에디터 송서미 사진 SSG 랜더스

 

#SNS의 명과 암

 

SNS에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중간자를 거치지 않고 팬과 선수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구단과 선수들은 SNS로 팬들에게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고 팬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단다코로나19로 거리감이 생긴 선수와 팬 모두에게 SNS는 아주 매력적인 소통 수단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분명한 역기능도 존재한다가장 큰 문제는 악성 댓글과 메시지다악플러들은 SNS를 통해 인격 모독적인 폭언뿐 아니라선수의 부모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어 선수 개인에게 큰 상처를 준다.

 

SSG 랜더스 최주환은 최근 충격적인 내용의 DM(Direct Message, 개인이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을 공개했다그의 어머니를 향한 모욕적인 발언들이었다그는 나 자신선수를 욕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부모님을 이렇게 성적으로 비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DM을 보자마자 손이 덜덜 떨렸다라고 심경을 말했다.

 

댓글의 경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SNS는 이미 악플 차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페이스북의 경우 게시물 공개 범위를 사용자가 스스로 설정해 댓글을 쓸 수 있는 사람 또한 결정할 수 있다인스타그램은 댓글 숨기기삭제신고 등의 기능부터 댓글 창을 닫는 기능도 있다하지만 악플러들은 너무나 손쉽게 이런 정책들을 피해간다유령 아이디를 여러 개 개설하거나 주기적으로 아이디를 바꾸는가 하면상대방에게 바로 보낼 수 있는 DM을 통해 공격하는 것이 그 예다특히나 오늘 살펴볼 악성 메시지는 도를 넘어섰다그들의 만행이 얼마나 잔인한지 직접 당해보지 않은 이들은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를 넘은 비난 수위

 

그들의 비난은 테러라고 부를 수도 있을 정도다. ‘X 같다라거나 개극혐’ 등의 단어는 오히려 가벼운 수준이다. ‘엄마 영정’, ‘집안 파탄’ 등의 단어를 사용해 가족을 향한 비난과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댓글 테러가 한국인 선수에게만 쏟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까지 각종 한국어 욕설은 물론 친히 외국어로 번역까지 해서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은 지난 5월 일부 팬들이 보낸 DM을 자신의 개인 SNS에 공개했다그 안에는 넌 프로스포츠 선수가 아니다”, “제발 은퇴해라”, “대만으로 돌아가라” 등의 비난이 가득했다물론 글로 옮겨 쓰는 것조차 힘든 욕설도 있었다브리검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키움에서 뛰었지만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해 CPBL에서 뛰다가 최근 다시 키움에 합류했다그는 KBO리그 복귀 후 3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55로 활약했지만지난 5월 27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그리고 곧장 SNS 테러를 당했다브리검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었나 보다라며 허탈한 심정을 표했다게다가 창피하게도 이 일은 브리검이 활약했던 대만을 포함해 해외 언론까지 전해졌다.

 

브리검은 개인 SNS에 신세를 한탄하며 넘어갔지만앞서 피해자로 거론됐던 최주환의 에이전시인 브리온컴퍼니와 SSG는 이를 내버려두지 않았다먼저 선수 부모에게 욕설한 악성 팬의 계정과 신상을 확보했다이후 에이전시는 해당 악성 팬에게 자제를 요청했지만그는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DM을 다시 한번 더 보냈다고 한다.

 

이에 최주환 측은 공식 입장을 내며 더는 참기가 힘들고관련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또한 선수에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주는 행위가 반복되면 더 이상의 선처나 합의 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고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 사례가 확인될 경우 그에 걸맞은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올해 SSG에 합류한 최주환은 일부 팬들의 악성 메시지와 댓글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과연 피해자는 브리검과 최주환뿐일까그들의 비뚤어진 팬심은 제3자가 봐도 무서울 지경이다.

 

최주환 수비210609-0637.jpg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

 

피해자가 공인이라는 점과 익명성을 악용한 그들의 테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지난 2020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책임감을 느낀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는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없애는 조치를 단행했다네이버는 2020년 9월 10일부터 스포츠 영상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스포츠 영상은 네이버 스포츠 뉴스의 경기 하이라이트, 1분 내외의 주요 장면인터뷰 등의 영상이다.

 

이보다 앞서 2020년 8월에는 스포츠 뉴스의 댓글 작성도 중단시켰다스포츠 뉴스의 댓글은 팬들의 비공식적인 소통 공간이었고 팬 커뮤니티의 연장선이었지만선수들을 표적으로 하는 인신공격과 비하 댓글이 연일 문제가 됐다특히 경기에서 패한 경우그 책임을 특정 선수에게 전가하고 그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선수에게 집중포화가 벌어졌다매일매일 타깃은 바뀌었고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속앓이를 하는 피해자는 늘어갔다이에 네이버를 포함해 다음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는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고스포츠 영상 댓글까지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포털 사이트 댓글 창이 닫히자 선수 개인의 SNS를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공인인 선수들이 피해 사실을 쉽게 알리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했다게다가 아이디를 지속해서 바꿔가며 DM을 보냈다아이디를 자주 바꿀 경우해외 SNS 업체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이용한 것이다일부 선수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계정을 닫았다팬심을 빙자한 악플러의 공격을 피하고자 차라리 팬들과의 소통 단절을 택한 것이다집요하게 선수들을 찾아가는 악플러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이에 정부는 지난해 미디어 교육이라는 대책을 내놨다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 기반 마련협의체 운영미디어 교육과 지원을 위한 입법 추진 등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이 그것이다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악플러들의 공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런 정책들이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정부의 미디어 계획도 좋지만학교 의무과정에 미디어 윤리 교육을 포함하거나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KBO는 “SNS를 통한 비난험담언어폭력이 무척 심각한 수준이기에 선수들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법률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SNS 관련 선수 인권 침해 해결을 중요과제 1순위로 꼽았다장동철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조만간 10개 구단 1군은 물론 2군까지 SNS 피해 사례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SNS 관련 전수조사와 전담부서를 구성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들을 향한 SNS 관련 범죄에 대해 리그와 구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최주환처럼 선수가 개인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브리검처럼 SNS를 차단하고 개인 SNS에 한탄하는 정도가 고작이다물론 개인 SNS 메시지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공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심지어 일부 악플러들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혐오 발언부터 성적 모욕인종차별가족 비하 등 그들의 표현이 선을 넘는 경우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재발 방지를 위해 재범자에게 법적 처벌을 강하게 내리거나 해당 스포츠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방안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여기에 피해자인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공론화해 문제 개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이 나서서 그들을 지켜야 한다지금도 어디선가 익명의 댓글과 메시지를 받은 선수가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을지 모른다정부, KBO, 선수 그리고 팬 모두가 악성 댓글과 메시지를 몰아내기 위해 합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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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2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4호(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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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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