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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사라지는 수비 시프트 DUGOUTV

dugout*** (dugout***)
2023.01.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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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 3루 득점권 상황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유격수는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2루 베이스 가까이 위치한다타자가 때린 공이 투수를 지나 외야 잔디로 향하려는 순간 유격수의 글러브 속으로 공이 빨려 들어간다타자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투수와 야수들은 환호한다아쉬운 타자와 주자는 천천히 더그아웃으로 향한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풍경이다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시프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상위리그에서 하나의 규정이 변하면다른 리그들은 자연스럽게 바뀐 규정을 따른다국제대회가 열리면곧 그 국제대회의 규정은 여러 리그의 추세에 맞춰 변하게 된다변화엔 필연적으로 갑론을박이 따른다부딪히고 언쟁하며 옳은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나간다. (1월 2일 작성)


에디터 이정희 사진 두산 베어스

 


#수비 시프트가 뭔가요?


2015년 5월 13, KT 위즈 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진행 중이던 9회 초 2사 2, 3루 8:8 동점 상황야구를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수비 시프트라는 단어를 각인시켜준 일이 벌어진다당시 KIA의 투수였던 심동섭의 제구는 다소 들쭉날쭉한 상황이었다이에 KIA의 김기태 전 감독은 폭투를 방지하고자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쪽에 배치하는 기상천외한 시프트를 시도한다폭투 한 번이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나온 전무후무한 작전이 작전은 경기를 지켜보던 해설위원과 관중 모두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이 시프트는 야구 규칙 4.03조 경기 시작 때 또는 경기 중 볼 인플레이가 될 때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 안에 있어야 한다라는 규칙 때문에 무산됐지만 MLB.com에도 소개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메이저리그 수비 시프트의 시작은 1940년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선수 겸 감독이었던 루 부드로부터였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는 스스로 타구를 밀어서 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을 만큼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성향을 보이는 타자였고좌타자였던 그의 타구는 대부분 우익수 방면을 향했다부드로 감독은 이를 막기 위해 좌익수와 중견수를 우익수 방면에 위치시키는 시프트를 고안해냈고이것이 바로 수비 시프트의 시초가 됐다.


수비 시프트’. 말 그대로 수비수가 타자에 따라 지정된 위치를 벗어나 공이 올 것 같은 위치로 미리 이동해 있는 경우를 말한다타자의 콘택트 성향에 따라 외야수가 4명이 되는 경우도 있고, 1루나 3루의 선상을 아예 비워놓고 한쪽으로 수비수가 모두 쏠려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좌타자들을 상대로는 1루와 2우중간 사이에 한 명의 수비수가 더 위치하는 라이트 시프트우타자들을 상대로는 2루와 3좌중간 사이에 수비수가 한 명 더 위치하는 레프트 시프트가 이용된다물론 수비 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타구를 좌중우로 모두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들도 존재하지만타구를 극단적으로 밀어치거나 당겨치는 성향을 보인 타자들의 경우에는 시프트에 막혀 안타성 타구가 범타가 돼 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금지된 수비 시프트


하지만 이제부터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 시프트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야수들은 베이스나 내야 그라운드를 넘어 수비를 준비할 수 없다최근 미국 메이저리그는 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 노사단체협약)를 거쳐 2023시즌부터 적용되는 세 가지 규정의 개정안을 발표했다바로 투수의 투구 동작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베이스 크기 확대그리고 수비 시프트의 금지다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고 좀 더 예측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수비 시프트를 금지함으로써 인플레이 상황을 늘림과 동시에 내야수의 더욱 역동적인 움직임을 기대한다는 것이다따라서 23시즌부터 메이저리그의 그라운드에서는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이 2루를 기준으로 반드시 양쪽에 2명씩 위치해야 하고내야 흙으로 된 곳을 벗어나 외야 잔디로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이닝 도중 내야수끼리의 위치 변경 또한 금지된다.


메이저리그 선수협에서는 규칙 변경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사무국은 야구의 인기를 다시 높이고 내야수의 운동능력을 가장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전통적인 야구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경기위원회를 열어 이러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메이저리그 경기위원회는 사측 6선수 측 4심판 측 1명 총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선수 측 위원 4명은 모두 수비 시프트 금지에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알려졌다이에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선수들이 제기한 우려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성명서를 내고 반대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하지만 선수들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석한 감독들은 대부분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고 전해졌다미국 스포츠 매체인 ESPN의 보도에 따르면신시내티 레즈의 데이비드 벨 감독은 수비 시프트 금지 규정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 많은 안타가 나올 것이고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주루 플레이의 중요성 또한 커지게 되었다팬들은 이런 게임 스타일을 훨씬 더 선호할 것이다라고 말했고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콘 서비스 감독 역시 야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며 규정 변화는 더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것이다팬들이 원한다면 우린 그에 따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스포츠는 계속 진화해야 하고선수들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라며 이번 개정안에 찬성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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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어떤 방향으로


KBO는 메이저리그의 기조를 따라가야 할까. KBO에서도 수비 시프트 금지는 22시즌 종료 후 실행 위원회에서 구단들과 함께 논의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다양한 수비 시프트는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시프트가 통하든 통하지 않든 파격적인 수비 위치의 변화는 팬들에게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21년의 한화 이글스다. 21시즌의 한화 이글스는 한 해를 통째로 리빌딩 시즌으로 명명하며 다양한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했다그중 가장 대표적이며 즉각적인 성과를 보였던 변화가 바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수비 시프트였다좀 더 자세히 기록을 들여다보면,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잡은 비율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볼 수 있다. 2019년 0.665로 9, 2020년 0.668로 8위였던 DER 수치를 2021년 0.691까지 끌어올리며 KT 위즈와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2시즌의 DER은 0.676으로 다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이유가 무엇일까수비 시프트는 단순히 수비수의 위치만 변경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내야수의 반응 속도수비 범위송구 정확도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내야수들이 서로 합이 좋고 시프트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그렇지 못하다면 오히려 정상 수비를 할 때보다 좋을 게 없다투수의 볼넷이 증가하는 역효과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저자 러셀 칼턴은 투수들이 시프트에 따라 좀 더 긴장할 수도 있고특정 구종이나 로케이션에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으며 구종이 노출될 가능성도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물론 22시즌의 한화의 DER이 21시즌보다 떨어진 이유가 내야수들이 수비 시프트에 적응하지 못해서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한화의 투수들도 시프트가 도움이 된다고 인터뷰 한 바 있다하지만 분명 경기 결과에 영향이 있을 수 있고수비 시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마냥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KBO리그의 최근 수비 시프트 기조를 살펴보자면 10개 구단 모두가 타자의 성향에 따라 시프트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예전보다 수비 시프트의 사용이 잦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수비 시프트는 주로 좌타자에게 적용되고 있고상대 팀의 선발투수가 좌투수냐 우투수냐에 따라 달라진다현재 KBO리그에는 주전 라인업에는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조금 더 많은데좌타자의 이점은 우타자보다 1루 베이스에 한 발 가까워 조금이라도 내야 안타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하지만 수비 시프트로 인해 좌타자들의 이점이 사라지고의식적으로 내야수들이 없는 곳으로 밀어치려고 하다 보니 선수들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한다주전 라인업에 좌타자의 비율이 높은 팀의 경우에는 수비 시프트가 시행되면 전체적인 타격지표와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해야 하나말아야 하나?


세계의 야구는 상위리그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방침을 따르고 있다또한국제대회가 남아 있는 한 KBO리그도 국제대회 규정의 중심이 되는 메이저리그의 룰을 따를 수밖에 없다이와 관련해 KBO 역시 현재 리그 여건상 당장 1군부터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므로 메이저리그처럼 퓨처스리그에서 먼저 실행해 본 후, 1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라는 입장을 보였다당장 2023년 3월에 열리는 WBC(World Baseball Classic,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대회에는 수비 시프트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그러나 23시즌부터는 메이저리그를 따라 WBC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도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국제대회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KBO리그 역시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수비 시프트가 지금보다 더 보편화되기 전에 정석적인 수비 위치에서만 수비를 하도록 KBO 역시 규정을 개정해 경기를 치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수비 시프트를 이용해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것 또한 야구의 묘미 중 하나이고전통적인 수비 방식을 깨는 것이 진화해가는 야구의 한 부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이들에 따르면선수 개개인의 운동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좋지만수비 시프트는 단순한 꼼수가 아니라 상대 팀 타자에 대한 데이터와 이해가 필요한 전략이다익숙한 위치를 벗어나기에 선수들 역시 상당한 집중력과 순간 대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두뇌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이다작전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모든 타자의 모든 타석에서 시프트를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야수들뿐 아니라 투수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고 더 나아가 투수들의 멘탈적인 측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수비 시프트 하나를 지시하는 데에도 상당한 고뇌의 시간을 거친다게다가 수비 시프트를 건 이후에 안타를 맞으면 투수도지켜보는 팬들도 시프트를 굳이’ 왜 해서 실점의 빌미를 만드나?’라고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몸을 날리는 수비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감독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기대하는 것 또한 야구의 재미다. 22시즌은 특히나 감독들의 지략싸움이 빛났던 한 해였기에 한순간의 선택으로 흐름이 바뀌기도 하는 야구에서 수비 시프트가 금지되는 것이 아쉬운 팬들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신체적 능력을 보다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이 점을 감안하면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야구계에 도움이 되는 변화임은 분명해 보인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싶다꾸준히 적용돼왔던 익숙한 규칙이 아니라 가끔 변칙적으로 써왔던 한 가지 전략이 사라졌을 뿐이고어차피 바뀔 규정이라면 미리 적응해두는 편이 낫다어쩌면 애당초 수비 시프트 금지가 아닌수비 포지션의 정상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내야수들은 본래의 위치에서 수비를 하면 되고좌타자들은 본래의 타격 매커니즘대로 타격을 하면 된다타구는 페어가 될 수도파울이 될 수도 있다이후의 결과는 플레이를 해봐야 아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규정 변화를 앞두고 숱한 의견들이 등장하고 있다수비 시프트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하지만 분명한 것은어쩔 수 없는 변화라면 결국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수비 시프트에서 오는 변칙적인 재미가 아니라도 야구라는 스포츠는 여전히 매력적이다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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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4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2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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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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