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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Conditioning] 두산 베어스 이영하 DUGOUTV

dugout*** (dugout***)
2020.04.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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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저력

 

무엇이든 건드리기만 하면 망가뜨리는 마이너스의 손이 있는 반면에 무엇이든 성공시키는 미다스의 손도 있다. 2019년의 이영하가 그랬다.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변하게 하는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 왕처럼 그는 경사에, 경사에, 경사를 거듭하며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될 놈’이라는 칭찬과 함께 말이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것이다. 본인 역시 자신이 가진 것보다 분에 넘치는 혜택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될 놈으로 성장시킨 진짜 저력은 다름 아닌 이영하 본인이었다.

 

Photographer 김솔이 Editor 소경화 Location 잠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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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이 있죠. 새해를 시작하며 공식 품절남이 됐어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실감은 크게 안 나요. 아내가 집안일을 비롯해 이것저것 신경 써주는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 고맙죠. 둘이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도 재미있고요.

 

오히려 살은 빠진 것처럼 보여요.

결혼식이 가까워지니까 알아서 살이 빠지더라고요. 지금은 엄청나게 부은 거예요. 어제 라면 먹고 잤거든요. (웃음)

 

두산 베어스 박치국,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KT 위즈 강백호 선수와 함께한 웨딩 화보가 인상적이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 두 명과 야구 선수 중 제일 친한 애들을 불러 찍었어요. 모두 또래라 현장 분위기가 대단했죠. 애들이 들러리로 왔는데 거의 자기들이 신랑인 것처럼… 그래도 잘 찍었어요. (친구들이 결혼하면 역으로 이영하 선수가 가야죠.) 불러주면 기분 좋게 가죠. 근데 안 부를 것 같아요.

 

설에 처가도 다녀왔겠어요.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이 있는데 실감했나요?

요즘 매일같이 체감해요. 늘 저를 신경 쓰고 배려해주셔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지난 인터뷰에서 두산 투수조 중 혼자만 미필이라 동료들이 놀린다고 했는데 결국 공익 장기 대기 면제 판정을 받았어요.

미리 알고 있던 게 아니라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면제 판정을 받은 거라 아직도 얼떨떨해요. 어떻게 해서든 올해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 더 좋은 방향으로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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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향의 면제라면 어떤 뜻일까요?

국방의 의무를 다했어야 하는 상황인데 뜻하지 않은 혜택을 받은 거잖아요. 올림픽 메달을 따 면제를 받게 된다면 저도 크게 만족하지 않을까 싶어요.

 

말 나온 김에 프리미어12 얘기를 해봐야겠죠. 대회 이후 일본 대표팀에 꾸준히 경계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어요.

저도 그 기사를 봤는데 의아하더라고요. 경계할 사람도 많은데 왜 굳이 저를 경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저 기분 좋아지라고 한 얘기 아닐까요? 써주신 분이 두산 팬이라든지…. (웃음)

 

독특한 발상이네요. 아마 도쿄돔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 그런 게 아닐까요?

딱히 마운드 위를 즐기진 않지만, 국제 대회라고 해서 떨리지도 않았어요. 올라가면 오직 싸운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싸워서 이길 때면 짜릿하겠어요.

물론이죠. 하지만 이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용이 중요해요. 결승전을 치른 날도 점수는 내주지 않았지만, 내용이 성에 차지 않아 아쉬웠어요. 더 던지고 싶었고, 더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라고요.

 

이틀 뒤 스프링 캠프를 떠나요. 결혼하자마자 떠나야 해 마음이 좋지 않겠어요. (1월 29일 인터뷰)

제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먼저인 것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 다치지 않고 잘하려면 캠프에 가서 열심히 준비해야 하니까요. 아쉬움보다는 ‘가서 어떻게 준비할까?’라는 고민이 더 커요.

 

지난 캠프에서는 배영수 선배와 줄곧 함께했는데 이번 파트너는 누구인가요?

작년에 영수 선배와 다니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이제 배울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이제는 스스로 저의 루틴이나 이런 것들을 확립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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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포수인 정상호 선배가 합류했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렇죠. 작년에 (권)혁 선배와 영수 선배가 합류하고 나서 좋은 시너지가 났잖아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배님의 합류는 늘 기대돼요.

 

두산이야말로 베테랑과 영건의 조화가 아름다운 팀이 아닐까 싶어요.

선배님들께서 기존에 두산이라는 팀이 가진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며 후배들도 더 선배님들한테 잘하려고 하고, 벽 없이 다가가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훈련 내용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요.

 

선배들을 보며 느낀 바가 있을 텐데 앞으로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가요?

욕만 안 먹으면 좋겠어요. 물론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서 얘기하면 후배들 머리만 복잡해지니까 친하게 지내되 후배가 할 일은 본인한테 알아서 맡기는 게 서로 편하지 않을까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죠. 팀의 원투펀치였던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올해부터 함께하지 않아요. 2019시즌 5선발로서 부담이 있겠어요.

부담보다는 올해는 또 어떨까에 대한 설렘이 더 커요.

 

2020시즌의 이영하는 어떨 것 같아요?

전혀 예상이 안 되네요. 작년만큼, 작년보다 조금 더 잘하면 좋겠어요. (작년보다 조금 더 잘한다는 건 다승 2위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인가요?) 그건 솔직히 욕심이고, 세부 스탯이나 평균자책점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물론 시즌 초중반에 잘 풀린다면 시상식에 가겠다는 욕심이 생기겠지만 지금으로서 다승 1위는 먼 얘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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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프에서는 어떤 점에 주력할 예정인가요?

현재 구사하는 구종을 더 정확하고 강하게 던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에요. 제구력이나 변화구를 정교하게 가다듬어서 경기 후반에 편하게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제일 큰 목표입니다.

 

올해 팀에 FA 선수가 많은데, 이번에 FA 제도가 개선되며 국제 대회 참가에 따른 이점이 생겨 덩달아 목표 의식이 확고해졌을 것 같아요.

매년 계속 하나씩은 대표팀에 출전할 기회가 있으니까 다 나가고 싶어요. 전에는 솔직히 몰랐는데 한 번 나가보니까 재미있고 배울 점도 많더라고요. 앞으로 있는 국가대표는 모조리 선발되고 싶고, 그렇게 FA도 빨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승의 기쁨도 나눠보고 싶은데요. 2019 한국시리즈 2차전 5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마침내 통합 우승을 달성했어요.

그날 저 때문에 질 뻔해 타격이 컸어요. ‘2차전에 지면 6차전에 또 던져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계속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잘 던지고 싶었는데 첫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이다 보니 시즌 때와 달리 힘이 들어가고 페이스도 급했어요. 생각처럼 되지 않는 날이었죠.

 

괴로웠겠어요.

5회까지는 2점만 내준 상태라 ‘6이닝 2실점이면 잘 던진 거다’라고 되뇌며 6회에 올라갔는데 결국 6, 7회 고비를 못 넘겼어요. 항상 그때 고비가 오더라고요. 제게는 아쉬움이 많은 한국시리즈예요. 다음에 또 올라가게 된다면 그땐 이 악물고 해봐야죠.

 

모로 가도 우승만 하면 그만 아닐까요?

그렇죠. 사실 시즌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승하는 순간은 정말 행복했는데 그전까지는 고통의 연속이었어요. 딱 저보고 도핑 테스트를 받으라고 해서 기분이 되게 안 좋았거든요. 그래도 제가 잘한 해에 우승까지 하게 된 걸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인 같아요. 타이밍 맞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작년에는 제가 가진 실력보다 높은 승수를 쌓았는데, 올해는 스스로 더 잘해서 지난해보다 높은 승수를 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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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에게 차는 받았나요?

아무것도 못 받았어요. 호주에서 차나 타 주시지 않을까요? (웃음)

 

개인적인 이야기도 궁금해요. 스물넷 이영하가 일상에서 가장 소망하는 건 뭔가요?

편하게 잠들고, 편하게 깨는 삶이요. 대부분 바쁘게 사느라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잠도 잘 못 자잖아요. 젊을 때 열심히 노력해서 나중에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대한민국에서 프로 선수로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요?

사생활이죠. 분명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밤늦게까지 놀고 싶은 욕심도 있을 텐데 대부분 못 즐기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래도 돈 많이 버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저야 어차피 스물넷에 결혼했으니까 상관없는 얘기지만요. (웃음)

 

독자 중 프로 무대를 꿈꾸는 어린 친구가 많아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몸 관리를 우선으로 두길 바라요. 현재 본인이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언젠가 분명 잘할 때가 있거든요. 저도 못 하다가 갑자기 잘한 거기 때문에 그 타이밍이 올 때까지 다치지 말고 관리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엘리트 선수들은 장비를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이영하 선수는 장비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나요?

무조건 착용감이요. 안정감을 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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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고글의 경우는요?

보통 투수는 러닝을 뛰거나 외야에서 공 받을 때, 캐치볼 할 때 고글을 착용하는데 이때 고글이 흔들거리면 정말 불편하거든요. 딱 꼈을 때 안정감 있게 감싸주는 제품을 선호해서 지금은 오클리 브랜드의 고글을 애용하고 있어요.

 

선수단 내 오클리에 대한 평판은 어떤가요?

오클리야 뭐 워낙 저 어릴 때부터 ‘야구 선수 선글라스는 무조건 오클리!’라는 말이 많았으니까 다들 만족하며 착용해요.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에요. 본인에게 2019년은 어떤 해였나요?

되게 꿈같이 지나갔어요. 상상도 못 한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잖아요. 결혼, 군 면제, 국가대표, 통합 우승까지 이 모든 게 연속해 지나가니까 정말 정신없었죠. 커리어 하이 시즌이기도 했고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좋은 일이 들이닥쳐서 ‘와 내년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기쁨을 오롯이 느낄 틈도 없었겠어요.

느낀다 싶으면 어디 가고, 됐다 싶으면 뭐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말 그대로 하는 일마다 잘 되니까 주위에서 ‘될 놈인가 보다’라고 말하는 분도 많았어요. 근데 올해는 또 모르죠. 이 기운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 분명 한 번은 위기가 올 거라고 예상해요. 다른 형들에 비해 엄청 많이 던진 건 아니지만, 대표팀에 가서도 던지고 시즌 중에도 꽤 던졌기 때문에 분명 후유증이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그때를 대비해 관리 잘해서 형들처럼 잘 헤쳐가고 싶어요.


이영하_(6).jpg

 

마지막으로 구독자 여러분께 인사 남기고 마칠게요.

안녕하세요. 이영하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하는 일마다 전부 저처럼 대박 나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우승 공약으로 댄스 타임을 갖겠다고 했는데 기억하나요?

우승한 날 춤 췄는데? 그때 댄스 타임 가졌어요. (분명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한다고 했어요.) 제가 지금 무릎이랑 허리가 안 좋아서 치료받고 있거든요. 신혼이라 관절이 안 좋아서…. 올 시즌 끝나기 전에 반드시 할게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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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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