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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terview]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MEMORIES

dugout*** (dugout***)
2019.11.04 10:54
  • 조회 1783
  • 하이파이브 1

 ‘Begin Again’ 다저블루의 역사

 

한국인에게 친숙한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구단인 LA 다저스는 타 구단보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로 팀을 이뤄 인종차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팀이다. 다문화가 전통이 된 다저스는 3년 전 아시아계 전 메이저리거 데이브 로버츠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선수 시절 이미 다저스를 경험한 그는 여러 나라가 모여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섞인 다저스를 그만의 리더십으로 하나의 나라를 건설했다. 그의 설계로 다저스타디움은 더 이상 야구장이 아닌 집이며 동료를 넘어 가족을 이루게 됐다. 2019 MLB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기록한 로버츠 감독의 퍼즐을 들여다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표권향 Location 다저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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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눈높이를 맞춘 소통하는 감독

 

2016년 다저스의 수장으로 임명된 로버츠 감독에게 이 팀은 전혀 낯설지 않은 구단이다. 199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나 트리플A를 왔다 갔다 하며 소위 ‘AAAA 선수’라고 불렸던 그를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만들어준 팀이 바로 다저스다.

 

좋은 기억이 있는 만큼 좋은 팀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마이너리그 자원까지 폭넓게 활용하는 등 세대교체를 통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불펜을 재정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무엇보다 팀 케미를 강조했고 선수들의 호응을 불러와 다저스만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감독이 먼저 실천했다. 경기 외적인 내용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다. 서로 어색해하는 팀 메이트끼리 묶어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선수단 친목에도 앞장섰다. 원정 경기를 떠나는 버스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대화의 장이 된 원정 버스는 쉴 틈 없이 다양한 주제들로 토론이 이어졌고 서로의 생각을 모으며 상대방에게 점점 더 가깝게 다가갔다.

 

이렇게 인터뷰를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 류현진으로 인해 한국 언론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야구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스포츠이다. 한국 사람은 물론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 그만큼 다저스팬이 해외에 많이 있다고 생각돼 기분 좋은 일이다. 류현진을 지켜보는 한국팬들에게 항상 고맙고 또 다저스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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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는 박찬호, 류현진으로 인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구단이다. 한국시간으로 새벽이지만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본다. 이런 팬들을 보면 어떤 기분인가.

한국팬들을 포함해 해외팬들이 야구장에 있는 모습을 보면, 언어와 국적은 다르지만 야구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것 같다.

 

선수 시절 여러 구단에서 뛰었다. 팀마다 색깔이 다른데 다저스만의 분위기가 있을 것 같다.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은 오랜 기간 그들만의 문화가 정착된 팀이다. 반면 다저스는 각각 다른 국적의 선수로 구성돼 있어 우리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재키 로빈스, 노모 히데오, 박찬호, 이스마엘 발데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등 다국적 선수들이 있었기에 스스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며 만들어진 플레이가 바로 우리의 문화인 것 같다.

 

사실 메이저리그 선수 개개인을 보면 세계 각지에서 모였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런 선수단에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친목’을 강조했다.

화합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 다른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격 또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훌륭한 팀워크를 이룰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기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하나로 뭉쳤다는 점이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하며 서로를 챙겨주면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

 

대화를 통해 팀 케미를 이끌어 내고자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예를 들어보자. (옆에 있던 김병현 위원을 가리키며) BK의 가족에 대해 전혀 모르고 관심이 없다면 그에게 아무런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그의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그를 위해 더 열심히 플레이하고 그와도 잘 지낼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가능한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권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서로에 대한 힘이 생겨 더 많은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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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없이는 설 수 없는 무대 ‘메이저리그’

 

기적을 믿는가. 로버츠 감독은 기회를 기적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에게 보스턴은 꽃길을 열어준 미래였다.

 

로버츠 감독의 시대가 열린 건 2002년 다저스로 트레이드되면서 시작됐다. 통산 23홈런으로 파워는 떨어지지만 단타를 2루타로 만들 수 있는 빠른 발의 소유자였다. 트레이드 전까지 34번의 도루 시도에서 33개를 성공시킨 빠른 발을 자랑하는 능력자였다. 여기에 방망이까지 매섭게 돌리니 먼저 그렸던 그림보다 대작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대주자로만 내세우긴 너무도 아까운 카드였던 로버츠는 내친 김에 주전 중견수까지 차지했다. 다저스에서 주전 자리를 잡은 로버츠는 리그 최고의 도루 능력을 갖춘 리드오프로 올랐다.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특히 2004년 ALCS(American League Championship Series,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영원한 라이벌 양키스와 맞붙었을 때는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회자한다. 3차전까지 맥없이 당해 꿈도 희망도 없던 4차전에서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3으로 뒤진 9회 말 로버츠가 대주자로 나섰다. 당시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3번 연속 견제구를 던졌다. 그때마다 리드폭을 조금씩 늘리는 패기까지 보여주니 상대 배터리가 흔들릴 수밖에! 로버츠는 리베라의 초구에 뛰어 2루를 훔쳤다. 그는 기세를 이어 빌 뮬러의 안타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극적인 동점으로 전설의 리버스 스윕이 시작됐고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꺾고 86년 만에 지긋지긋했던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면으로 뽑혔던 그의 ‘The Steal’로 보스턴팬들에게 평생 까임방지권을 얻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만났을 때도 다저스 선수들에게는 야유를 보내는 보스턴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로버츠는 자리와 상황에 개의치 않고 맡은 임무에 충실했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가 그를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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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때를 회상하면 빠른 발을 빼놓을 수 없다. 본인이 봤을 때 현역 선수 중 누가 당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가.

야구는 항상 같은 경기인 것 같지만 늘 다르다. 요즘은 나 같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지 않다. 나는 안타를 치기보다 많이 달렸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 지금은 많이 없는 것 같다.

 

2004년 ALCS 4차전을 잊지 못하는 팬이 많다. 9회 말 리베라를 상대로 초구에 도루를 성공한 장면이 여전히 손꼽히고 있다. 당시 그런 상황에서 대범함은 어떻게 표출할 수 있었는가.

레드삭스에 가기 전 다저스에 있을 때 모리 윌스라는 코치가 있었다. 그는 1962년 내셔널리그 MVP였으며 나의 스승이었다. 그는 연습할 때마다 늘 “단단해져야 한다. 언젠간 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밤 공원을 걷는데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해줬던 말이 귀에 계속 맴돌았다. 나를 이끌어줬으며 용기를 줘 내가 야구장에 설 수 있게 해 준 분이다.

 

모두가 5툴 플레이어면 좋겠지만 그런 선수들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고 MLB 정상에 오르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한가.

나의 경험을 통해 느낀 건 ‘약점을 두려워하지 말라’다. 모든 일에 있어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연습하면 실력이 는다는 것을 알 것이며 이에 따른 결과가 좋으면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반면 어떠한 것을 잘 못 할 경우 보통 사람들은 더 노력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5툴 플레이어는 굉장히 드물다. 보통 2~3툴 플레이어가 있는데 노력하기 싫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노력해야 한다. 나는 팔이 좋지 않았지만 아파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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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의 말을 듣고 있던 김병현 위원도 “나도 공감한다”며 그를 거들었다. 김 위원은 “한국팬들이 류현진 선수가 5회에 강판됐을 때 감독을 비난했다. 로버츠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저스에 가장 적합한 감독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5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4.1이닝 3실점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당시 다저스가 초반 7득점으로 점수 차를 크게 벌려놓은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치열하게 사이영상 경쟁을 하고 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이크 소로카가 그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기 때문에 팬들에게는 답답하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조기 강판이었다.

 

BK가 먼저 이날의 기억을 꺼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오해를 풀어줬다.

 

"내가 하는 모든 결정은 오로지 팀을 위한 것이다. 팬들을 위해 또 류현진을 위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의 건강이다. 이날 류현진은 4.1이닝 동안 이미 많은 공을 던졌다. 만약 6~7이닝으로 넘어갔다면 선수가 힘들어했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점만 보지 않고 미래까지 생각했다. 감독은 지금 당장 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제일 중요한 건 플레이어의 건강과 체계적인 관리다. 류현진과 나의 관계는 좋다. 그와 팀이 늘 이겼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류현진의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올해 류현진의 활약이 대단하다. 무엇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올 시즌은 이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류현진은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을 취했다. 올해는 더 건강하게 재충전의 의미를 발휘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선수들이 MLB 진출에 관심이 많다.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야구는 세계가 즐기는 스포츠다. 류현진은 정말 많이 노력하는 선수이자 최고의 팀원이다. 그가 다저스에 있어서 행운이고 그는 굉장히 재치 있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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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WS 우승’ 정상을 향한 행진

 

다저스는 9월 1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경기에서 선발투수 워커 뷸러의 무실점 호투와 코리 시거의 호쾌한 홈런포 두 방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지구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승차를 18.5경기로 크게 따돌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샴페인을 터뜨린 다저스는 이 기세를 몰아 25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꺾고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날 동부지구 1위인 애틀랜타가 패했고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서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홈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31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최근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정상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철저한 준비와 보완이 필요하다. 실패의 원인이었던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이전의 결과는 반복될 것이다. 정규리그의 성적은 모두 리셋됐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확정 지으며 올해도 월드시리즈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준비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강점을 최대화하고 집중하면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시리즈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잘 알지만, 내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하루하루 우리 선수들이 집중해서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월드시리즈만을 목표로 훈련하게 되면 집중도가 떨어져 오히려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우리가 오늘, 내일, 모레의 경기에 더 집중한다면 월드시리즈의 정상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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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다저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한국에서도 열렬히 응원하는데 특별히 한국팬에게 인사 부탁한다.

류현진도 한국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고 싶다. 영광이다. 한국팬들의 많은 응원과 사랑에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류현진을 저에게 보내줘서 정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그를 책임지겠다.

 

***

프로세계에서의 공동목표는 승리다. 이를 목적으로 구성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Business is business(일은 일이다)’ 관계를 이룬다. 철저하게 공과 사를 구별하는 조직인 것이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달랐다. 물론 바탕은 같은 생각이지만 속은 ‘인간’을 들여다봤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로버츠 감독은 ‘Better be safe than sorry(후회하느니 안전한 것이 낫다)’를 지켰다. 무리해서 얻어내는 위험한 승리보다 선수의 안전을 도모하며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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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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