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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Tip] 99년생, 어디까지 왔니? MEMORIES

dugout*** (dugout***)
2019.07.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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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BO리그에는 1999년생 돌풍이 불고 있다. 소위 ‘베이징 키즈’로 불리는 한국야구 황금세대는 2018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있고, 리그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앞에서 소포모어 징크스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루키들이 프로야구에 더하는 신선함은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된다. 여기엔 이들의 성장과 활약을 진심으로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다. 시와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프로 2년 차 신예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디터 이혜정 사진 KIA 타이거즈, 키움 히어로즈


#퍼스트 어벤져


누구보다 빨리 1군 진입에 성공하며 팬들의 자랑거리가 된 99년생은 누가 있을까? 단연 돋보이는 이는 KT 위즈 강백호다. 등장부터 남들과 달랐다. 작년 3월 24일,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홈런을 치며 역대 고졸 신인 최초 개막전 데뷔 첫 타석 홈런, 2018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1라운드 지명’ 수난 시대를 겪던 KT팬들의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고졸 신인 최초 3연타석 홈런을 비롯해 한 시즌 29홈런(신인 단일 시즌 홈런 2위)을 쳐내며 스타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19년 연봉 협상에서는 팀 내 최고 인상률(344%)을 기록해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올 시즌도 고정 주전으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으니 ‘99년생 돌풍’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겠다. 지난해보다 홈런 기세는 주춤하지만, 여전히 개인 안타 순위 5걸 안에 들고 있다. 강백호에게 2년 연속 100안타 정도는 거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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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 열정!


민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것 같은 루키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완봉승이나 20경기 연속 안타와 같은 대기록이 아니다. 그들을 빛나게 하는 것은 프로 무대에 갓 발을 들인 설렘과 두려울 것 없는 나이에서 나오는 파이팅이다. 철저히 성적으로 평가받는 곳이 프로라지만 때때로 팬들은 뉴페이스의 패기와 열정에 더 환호한다.


꾸준함과 깜찍한 플레이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99년생들도 있다. 강백호와 양창섭의 신인왕 양강 구도에 밀려 상대적으로 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KIA 하준영과 KT 김민이다. 하준영은 6월 3일까지 26경기 5승 4홀드 ERA 2.88 WHIP 1.76으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4월 12일 KIA가 2-1로 앞선 8회 말 마운드에 올라 역전을 허용한 뒤 눈물을 훔쳐 화제가 됐다. KIA팬들에게는 ‘대투수’ 양현종이 과거 한화 이글스 김태균에게 홈런을 맞고 울던 장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경기장에서 그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1위 팀도 3일에 1번은 지는 게 야구라는데 눈물까지 흘리며 승부욕을 드러내는 21살 아기 맹수가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김민도 패기 넘치는 신예다. 볼넷이 홈런보다 싫다는 이 선수, 평균 145km/h의 직구를 사정없이 미트에 꽂는다. 지난해 선발로 나선 한화전에서 2사 1, 2루에 긴장도 하지 않고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멘탈갑으로 등극했다. 이강철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그를 5선발로 점찍었다.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시즌을 소화해내고 있다.


#1군 등록의 기쁨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타 팀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너무 뻔한 이름들 말고 1년 새 부쩍 성장해 기회를 받은 선수들을 만나볼 차례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잔디를 밟은 9명의 2년 차 선수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공민규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37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5월 3일 1군 등록 후 데뷔 일주일 만에 안타, 멀티히트, 홈런, 타점을 모두 신고. 젊은 피에 목마른 삼성 내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SK 와이번스 최준우도 최근 1군 경험을 쌓고 내려갔다. 역시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SK 김정우와 롯데 자이언츠 이승헌이 한 차례 마운드에 올랐고 키움 히어로즈 추재현, 한화 이원석, KIA 오정환, 롯데 최하늘도 팬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지난해 일찌감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들도 있다. 1차 지명과 2차 3라운드 이내의 상위 라운더 중 절반 이상이 짧게나마 1군을 경험했다. 이중 키움 안우진은 2019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벌써 11차례 선발로 등판해 5승 4패를 기록 중이다. 롯데 한동희는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말소된 상태다. 복귀는 6월로 예정돼 있다. 두산 베어스 우완 파이어볼러 박신지와 NC 다이노스 기대주 김형준, 오영수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주전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아직 꺼내지 않은 그 카드


카드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조커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로에 왔다는 것은 스카우트에게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1군 엔트리에 들 수 있는 인원은 제한돼있고 이 모든 것은 승리를 위한 것이니 콜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직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고 있는 각 구단의 조커들은 언제든지 리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른 시일 내 1군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삼성 박용민이다. 193cm의 큰 키에 밸런스도 갖췄다. 고교 시절부터 제구가 안정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구속만 끌어 올린다면 1군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 윤정빈도 파워를 앞세워 외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두산과 키움의 투수 육성도 기대된다. 하위픽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두 팀이다. 두산 정현욱은 5월부터 퓨처스리그 중간 계투로 합류해 꾸준히 출장하고 있다. 최고 151km/h의 직구를 구사하는 강속구 투수로 이천 밥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키움의 영건들도 하드웨어 좋기로 소문났다. 듬직한 체격에서 나오는 시원한 투구로 북부리그 마운드를 꽉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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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공백


몇몇 유망주는 1군과 2군 경기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어서 빨리 우리 팀 유망주를 긁어보고 싶었던 팬들에게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2018시즌 쏠쏠한 활약을 보여준 삼성 양창섭과 두산 곽빈의 빈자리가 아쉽다. 덕수고 시절 2년 연속 황금사자기 MVP를 수상하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은 양창섭은 팔꿈치 수술로 인해 재활 중이다. 1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 한 시즌을 치르며 삼성 마운드에 힘을 보탠 것을 떠올리면 안타까운 일이다. 곽빈도 작년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하반기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그들이기에,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더욱 성장하여 돌아올 날이 기다려진다.


한 박자 빠르게 입대 카드를 꺼내든 선수들도 있다. 군대도 선택받아야 갈 수 있고 전역증이 스펙이 되는 것이 프로의 세계. 이른 군 복무는 구단으로부터 특급 케어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팀별로 살피면 SK의 2년 차 군 보류 선수가 6명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SK 최민준과 한화 이승관, KIA 김유신은 상무 야구단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김유신은 현재 8경기 5승 3패 ERA 1.89를 기록, 남부리그 투수 순위표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예측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번외편


1999년에 태어난 동시에 2018년에 입단한 선수라는 교집합에 들지 못한 이들의 활약상을 담지 못하는 게 아쉬워 번외를 마련했다. 2년 차 징크스 우려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이글스의 복덩어리 정은원은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다. 이번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그는 벌써 작년의 자신을 넘어섰다. 


유급으로 인해 번외가 된 선수들도 있다. 키움의 김수환은 2018년에 입단한 98년생이다. 장타력을 인정받아 올해 1군 스프링캠프도 다녀왔기 때문에 언제 1군에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을 유망주다. 요즘 핫한 신인 LG 정우영은 반대의 경우다. 99년생이지만 2019년에 입단했다. 정규시즌 레이스를 절반쯤 지난 현재 1점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2년 만의 고졸 투수 순수 신인왕을 향해 달리고 있다.


*** 

‘99는 인간의 수고 100은 신의 수’라는 말이 있다. 100점 만점, 100일 기념, 100회 특집, 통산 100번째 도루 등 같은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숫자 100은 어딘가 온전하고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꽉 찬 100보다 하나 모자란 99가 더 신경 쓰이는 날이 있다. 팬들 앞에 당당하게 서기까지 단 한 발자국 남아 있는 미완의 대기들. 이들에게 자꾸 눈이 가는 이유는 장차 팀의 대들보가 돼 1승, 연승, 그리고 우승까지 이끌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근황이 궁금한 선수가 있다면 퓨처스리그 경기일에 맞춰 구장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중계에 담기지 않는 현장의 매력과 신예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래도록 지켜본 것에는 애정이 담기기 마련이다. 짧게는 입단 후, 길게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눈여겨본 선수가 팀의 자랑이 되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99년생들은 이제 베이징 키즈 딱지를 떼고 새로운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이 KBO리그를 대표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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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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