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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Talk] 두산 베어스 유희관 MEMORIES

dugout*** (dugout***)
2019.09.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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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왼손 투수 누구?

 

승승장구하던 유희관에게 2018년은 혹독했다.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겨우내 5선발 경쟁을 해야만 했다. 위기의 순간, 그의 단단한 정신력이 절실함을 만났다. 강속구 투수가 주류를 이루는 현대 야구에서 ‘느린 공의 미학’을 전파할 수 있었던 힘. 그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오직 유희관의 것이니 먼저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두산 베어스를 위했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딛고 팬들과 함께 웃고 싶다는 유희관의 진심을 들어봤다.

 

에디터 이혜정 사진 두산 베어스

 

유희관 (8월 15일 인터뷰)

출생 1986년 6월 1일 서울특별시  180cm 몸무게 94kg

별명 파니, 유희왕, 올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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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지난해 부진을 겪고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치르면서 절실함이 생겼다. 지난 시즌보다 평균자책점이 절반이나 떨어졌다.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 드릴 수 있어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연일 짠물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를 비롯해 코치님, 감독님께서 항상 몸 상태를 신경 쓰고 배려해 주신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야수들은 매일 경기를 뛰는데 나는 5일에 1번씩 나가지 않나. 그렇기에 등판했을 때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팀을 생각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마운드에 오른 게 호투로 이어졌다.

 

유독 올해 승운이 따르지 않는데 아쉽진 않나?

나도 사람인지라 안 아쉽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웃음) 하지만 승리는 열심히 던지다 보면 뒤따라오는 거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타자들과 불펜진이 함께 고생하고 있으니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면 승수를 올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앞서 작년 부진을 언급했다.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 같다.

심했다. 프로에 와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뒀고 나름 탄탄대로를 걸어온지라 작년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공부가 됐다.

 

어떤 면에서 공부가 됐나?

‘그냥 해서 되는 건 없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회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상대 타자 분석도 꾸준히 했다. 당연하게 여기던 두산의 선발투수 자리에 더 소중함을 느꼈다. 성적을 떠나 나한테는 의미 있고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3승만 더하면 두산 구단 최초 7년 연속 10승 투수가 된다. 말이 쉽지 7년 연속이라는 게 꾸준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다.

두산이라는 훌륭한 팀을 만난 게 이런 기록을 가질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대기록을 달성하면 두산의 발자취에 내 이름이 남는 거니까 무조건 이루고 싶다. 언제 은퇴할진 모르지만 7년, 8년 쭉 이어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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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파니

 

벌써 프로 11년 차가 됐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본다면?

다사다난했다. 어떻게 10년이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말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 상무 야구단에 입단해 터닝 포인트를 맞았고 1군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했다. 10년을 몇 마디로 표현하기엔 너무 짧다. 느린 공으로 ‘내년엔 안 통할 거다’라는 편견과 싸우면서 여기까지 왔다. 나와 같은 어린 투수들에게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것 같아 나름대로 자부심도 느낀다. 뜻깊은 10년이다.

 

느린 공에 대한 편견은 어떻게 극복했나?

실력으로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잘하면 사그라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려고 했다. 오히려 그런 편견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전에도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할 뿐 그것도 다 관심이 아니겠나. 응원해주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쓴소리를 해주시는 분들까지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은 공이 느려도 이렇게 버티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웃음)

 

2020년 FA 자격을 취득한다. 이르지만 원팀맨에 대한 욕심이 있는지?

하하. 욕심난다.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꿈을 계속 꿔왔다. 지금 웬만한 두산의 투수 기록들은 내가 갖고 있다. 훗날 두산이라는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잠실야구장에서 은퇴식을 할 수 있는 영광을 얻는다면 기쁠 것 같다. 현재로서는 두산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년 연속 투수 조장을 맡고 있는데 유희관은 어떤 리더이고 선배인가?

실력적으로는 가르쳐줄 게 없다. 투수로서의 예절, 특히 인사라든지 선후배 관계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한다. 이런 부분에선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장난도 많이 치고 후배들과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밥도 같이 먹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후배들도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웃음) 편안한 선배가 되고 싶다.

 

매년 신인들이 들어오고 예전 유희관을 롤모델로 꼽았던 함덕주도 주전이 됐다.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프로라고 주눅들 필요 없다. 투타 상관없이 무조건 자기의 능력을 믿는 게 중요하다. 상대 선수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자신을 갖는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후배는 누구인가.

우리 팀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선수가 두산의 현재고 미래다.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이 선배로서 모든 후배가 기대되고 잘 됐으면 좋겠다.

 

정말 든든한 말이다. 그렇다면 말 안 듣는 후배 한 명만 꼽아달라.

(함)덕주가 요즘 말을 안 듣는다. 예전엔 풋풋하고 귀여웠는데 야구를 잘하더니 뺀질대는 것 같기도 하고! (롤모델이 유희관인데 말은 안 듣는다고?) 누군가의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닐까…. (장난) 나와 룸메이트라 잘 보이려고 그랬을 수도 있다. 농담이고 내가 예뻐하는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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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스페셜 확장팩

 

주제를 바꿔보겠다. 나이가 꽉 찼는데 결혼 계획은 없나?

너무 하고 싶다. 보니까 팀에 결혼한 선수가 절반 이상 되더라. 아이에게 유니폼을 입혀 야구장에 데려오는 모습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아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빨리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나를 닮은 아이를 낳으면 안 되겠지만 좋은 짝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 (웃음) 삶이 안정되면 야구도 더 잘될 것 같다.

 

만약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 셋 중 한 명과 살아야 한다면 누구를 고를 건가?

굳이 골라야 한다면 (허)경민이랑 살겠다. 일단 유일한 유부남이고 결혼 생활을 보면 와이프한테 잘하고 안정적이다. (박)건우는 잘생겼고 (정)수빈이는 귀여워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안 된다. 경민이가 셋 중에 가장 친근한 외모니까 편하지 않을까? (유희관의 결혼관은 안정된 생활인가?) 맞다. 편안함, 친근함이 중요하다.

 

동료들 얘기가 나온 김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의 케미스트리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묻고 싶다.

외국인 선수가 타지에서 얼마나 외롭겠나. 처음 봤을 때부터 가족같이 편하게 대해주려고 했다. 반대로 내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힘들 것 같아 먼저 다가가 장난을 많이 쳤다. 호세가 팀에 빨리 녹아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도 재밌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겠다. 둘이 멋진 세리머니를 준비해서 팬 여러분께 야구 외적으로도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이미 정한 세리머니가 있는 건가?

홈런 세리머니를 만들었는데 호세가 교타자라. (웃음) 간간이 홈런이 나오니까 조만간 하나 치면 하겠다.

 

올 시즌 미디어데이에서는 구체적인 우승 공약을 밝히지 않았는데 그동안 구상한 게 있나.

지금 당장은 없다. 2015시즌 상의 탈의 공약을 지키면서 트렌드가 된 것 같다. 나는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주의다.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확실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겠다.

 

얼마 전 ‘프로듀스 X 101’이 종영했다. ‘나야 나’에 이어 새로 개발한 댄스가 있는지?

댄스는 항상 자신 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 듣는 걸 좋아했다. 한번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어떤 곡이든 멋지게 준비할 거다. (요즘 자주 듣는 최애 댄스곡은?) 딱히 없다. 걸그룹 노래를 골고루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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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유희관에게 두산 베어스란?

우리 팀. 내 팀.

 

남은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나가는 모든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더운 날씨에도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팬 여러분 덕분에 힘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멋진 플레이로 보답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가을야구를 향한 각오가 있다면.

포스트시즌은 10개 구단 선수 모두가 꿈꾸는 무대다. 그걸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해 144경기를 치른다. 작년은 여러모로 잊지 못할 해였다. 올해는 끝내기 홈런을 맞는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이 야구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경기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순위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상 선수 없이 가을야구에 가서 작년의 아쉬움을 털고 우승해서 팬 여러분과 같이 웃을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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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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